알았습니다. 난 내 운명을 알았습니다. 파멸, 파멸을 말입니다 - 음의 전당이 말입니다! 난생처음으로 난 공허함을 느꼈지요. 아담이 자신의 나신을 느낀 것처럼 말입니다. 오늘 밤에도 이 도시의 어느 여인숙에선 그 애송이가 킬킬 웃어대고 있겠죠. 실제로 당구의 큐도 내려놓지 않은 채 생각나는 대로 갈겨쓰는 그 자의 음악 앞에 나의 심혈을 기울인 작품 따윈 생명 없는 낙서질에 불과합니다. 감사합니다. 신이여! 당신은 당신을 섬기려는 욕망을 제게 주셨습니다. 그런데 당신을 경건히 섬기는 사람에게 이처럼 창피를 주시려 하나이까. 고맙습니다! 당신은 당신을 찬미하는 소망을 제게 주셨습니다. 그러고는 저를 벙어리가 되게 하셨습니다. 대단히 고맙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뛰어난 식별 능력을 제게 주셨어요. 그리고 저를 영원히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게 하셨습니다.